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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꿈꾸며/캐나다 이민 프로젝트

[캐나다유학18] 와 어쩜 제목도 18. 폰개통. 은행계좌 개통. 남은건 SIN카드.

이거 블레넘에 살 때도 겪었던 내용인데... 역시 인생은 돌고 도는건가.

그 때 제목이 [블레넘18] 제목도 블레넘 십팔이네.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망했다.

절실히 망했다.

인터넷이 망했다.

한국사람한테 인터넷이 망했다는건 인생이 전반적으로 빻아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 있었을 때에는 다른 친구들 때문에 소통이 불편했다.

왜냐면 난 IT거대 강국 한국에서 하는 온강이었으니 내가 불편을 끼칠 일은 전무했다.

그리고 쿼런틴을 하던 집에서는... 내가 방 구석구석 노트북을 들고 옮겨다니며 신호가 그나마 잡히는, 안끊기는 자리를 찾았다. 그래서 무사히 온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근데 여기는...

끊깁니다.

뚝뚝 끊긴다. 인터넷이.

신호는 강하게 잡히다가 약하게 잡히기도 하는데, 문제는 다 필요없고 중간중간에 끊긴다는 것이다.

난 망했다.

 

다행히 오늘 발표를 하진 않았다.

만약 오늘 발표를 했다면 중간에 끊겨서 우리 조는 나가리가 됐을 것이다.

인도놈 욕을 그렇게나 한 마당에 내가 우리조에 누를 끼치는 것은 정말정말 싫다.

대책을 찾아야 했다.

 

대책은 폰 개통이지 뭐. 내일 발표는 핫스팟으로 연결해서 하자!

자가격리도 끝났겠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상가단지로 향했다.

하필 오늘같이 바쁜 날 강사는 강의를 늦게 끝내준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네?? 그렇게 하면 1등 강사가 될 수 없다구.

 

오후2시쯤 강의를 마치고 통신사로 향했다.

어딜 가든 핸드폰 개통이 모든 과정의 첫번째 스텝이다.

은행이건 노동넘버건 뭐건 전화번호를 필요로 한다.

 

2시 24분. 동네에서 가까운 Bell MTS에 도착했다.

근데 Bell이랑 MTS랑 원래 붙어있었나? 10년전에는 걍 MTS만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로저스도 있었는데, 걍 몇발자구 더 가까운 Bell MTS로 갔다.

오오오. 게다가 사람도 별로 없었다.

창구직원은 두명, 내 앞에 대기가 한명. 빨리 만들고 빠져서 은행에 가자! 했는데!!!!!

그렇지. 이게 캐나다지!! 내가 캐나다를 우습게 봤군!!!!!!

세상에 제정신인가 내 앞사람이 서비스를 받는데 30분걸렸다. 2시 50분. 창구직원이 한명 더 와서, 서비스받을 자리가 하나 더 생겨서 내 앞사람이 해결된거지, 전에 상담하는 창구직원 두명은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르고 손님과 하하호호 담소를 나눈다.

이미 내 뒤에 몇명은 기다리길 포기하고 나가버렸다.

 

3시 10분인가? 다행히 내 차례가 왔다.

다행히 친절한 직원이 나를 상담해줬고, 나는 번호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실패. 왜냐면 난 걍 보통 요금제로 하려고 했는데, 신원보증을 오직 하나, 여권으로만 할 수 있던 나로서는 필요요건을 충족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어쩌나 하다가... Pre-paid프리페이드로 하면 신분증 하나로도 번호개통이 가능하다는 말에 그러자고 했다.

음... 뉴질랜드, 호주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프리페이드구나.

근데 이번에는 SIN카드가 나오면 바로 월 정액제로 전환할거라 괜찮다.

음... 근데... 사실 생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뉴질랜드, 호주보다도 비싸고 안좋은 서비스에... 굳이 전화할 일도 없이 살텐데... 비싼 요금제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구... 

모르겄다. 나중에 봐야지.

프리페이드는 일반적인 월정액보다 훨씬 비싸다.

예를 들어 65불짜리 상품이라 한다면, 월정액은 10기가에 플러스로 무제한 데이터를 느린걸로 주지만,

프리페이드는 같은 65불이라도 2기간가 4기가밖에 안된다.

.... 에이쒸 몰라. 일단 내일은 발표할 때 반드시 필요하니까.

 

다음으로 은행으로 갔다.

은행은 RBC에서 계좌를 열기로 했다.

10년전 워홀을 왔을 때 RBC를 이용했었는데, 딱히 불만이 없었다.

게다가 내가 머물렀던 캔모어, 처칠에도 RBC가 있었다는게 다시 RBC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음... 아마 캔모어에서는 TD 트러스트는 없었지?? 지금도 없으려나.

 

 

코로나의 여파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이 한산한 곳에 위치한 지점이기 때문일까. 

RBC내부는 한가했고, 기다림없이 바로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10년 전 밴쿠버때와 마찬가지였다. 먼저 약속을 정하고 다시 만나서 계좌를 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다시 만나서 계좌를 트는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하여 전화상담으로 계좌를 만드는 것이었고..

하나는.... 상담시간이 예약시간의 3분 후라는거... 

난 잘못들은줄 알았다. 예약을 끝내고 텔러가 말하는데, '오늘 4시'에 전화가 갈거라고.....

....

지금 3시 57분인데요...????

그래서 내가 나 어디서 전화받냐고 그러니니까, 그 텔러가 혹시 차 있냐고.

없다고 하니까, 그 텔러가 다시 근데 지점에서 상담을 받으면 안된다고.

아마 어떤 지시가 내려왔나보다. 은행계좌를 만들 때 고객이 해당지점에 있으면 안된다는 머 그런걸로..

....

나갔다.

그리고 RBC건물 그늘진쪽 벽면에 서서 전화를 기다렸다.

 

4시에 전화가 왔다.

그리고 엄청나게 힘든 30분을 보냈다. ㅅㅂ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네.

....분명히 대부분 잘 듣고 대답하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뭔 대화를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치맨가보다. 망했다 내인생.

여튼 원래는 다음날로 약속을 잡고 임시카드를 받으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뭐 그쪽에서도 한가하고 내쪽에서도 두번 발걸음하지 않게 오늘 저녁에 싹 다 해결하기로 했다.

전화통화 끝나자마자 바로 다시 RBC건물로 들어가서 임시카드 받고 이거저거 설명듣고 비번 설정하고 나왔다.

아아아 뿌듯하다.

이제 2주 후에 정식카드가 오면 되는구나.

세이빙 어카운트, 체크 어카운트 아아아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그래. 난 이런 곳에서 살았었지.

 

 

.........

내 스스로도 참 이상한게...

호주에 있었을 때에는 캐나다가 그리읍더니, 지금은 캐나다를 호주랑 무지 비교하고 있다.

....자가격리 끝나고 단 하루 있었을 뿐인데!!

 

일단은 아까 개통한 폰.

이런 세상 불친절한 시스템은 또 처음보네. 아니, 프리페이드로 했으면 앱이나 싸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얼마만큼 썼는지, 얼마만큼의 데이터가 남았는지 봐야하는데, 그걸 보는 곳을 도통 못찾겠다.

에이 IT후진국!! 에이!! 덜 문명화된 곳!! 에이!!!! 미개한 북방민족.... 이 미개한 북방민족이라는 말은 10년전 워홀 때에도 썼던 말인 것 같은데....

 

두번째는 ATM.

이건... 내 생각인데... 설마 얘네들... 아직도 ATM입금할 때 봉투에 돈 집어넣고 넣나....???

내가 아까 문득 은행건물에서 봉투를 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분명 Deposit이라고 써 있던 것 같은데..

에이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어떻게 10년동안 발전이 없을 수가 있겠어. 내가 과대망상에 걸린거겠지.

 

세번째로 물가.

아니 시급은 낮으면서 뭐 이렇게 다 비싸!!!!

오늘 바디워셔랑 이거저거 사가지고 왔다.

A&W랑 캐나다드라이를 사며 내 마음속에 빨간 깻잎을 새기기도 했다.

근데 와 뭘 샀다고 50불이나 나오냐고..... 장난하나.

 

파스타는 1불짜리가 없었다.

세제. 그래. 세탁세제를 사야 하는데 결국 못샀다. 다 비싸서. 호주에서 팔던 2~3불짜리 작은거 다 어디갔냐. 왜 여긴 10불이 훌쩍 넘는건데? 작은 사이즈가.

쌀? 없다. 미디엄그레인이 없다. 다 자스민 쌀이다.

이건 이 동네가 후진건가 위니펙이 후진건가 MT가 후진건가 캐나다가 후진거냐!!!!!!!!

아니면 차가 없어서 근처 sobeys에 가야 하는 내 인생이 후진거일 수도 있겠지.

하아..... 근데 sobeys이거 어떻게 읽냐. 난 소비스라고 읽는데... 소베이스라고 읽어야하나... 모르겠다.

 

되게 쫌 기분나쁜건.. 물가가 호주에 비해 높은데에 비해, 임금은 호주에 비해 말도 안되게 싸다는 것이다.

10년전에도 이랬는진 모르겠는데,

내가 회사를 때려치고 간 뉴질랜드에서는 '캐나다보다 비싸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캐나다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갑자기 오른걸까.

모르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짜증만 나고 사는게 재미없어진다.

역시 일을 해야 하는가.

일을 해야 이런 사소한거 하나하나로 기분나쁘지 않는걸까.

그래. 일을 해야 한다.

....

빨리 공부안하고 일하고 싶으다.

...

어째 멘탈이 고등학생때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