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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꿈꾸며/캐나다 이민 프로젝트

[캐나다유학11] 팬데믹 상황에서, 인천에서 밴쿠버를 거쳐 위니펙으로.

20년 6월 14일 일요일. 드디어 캐나다에 도착했다.

망할, 일요일 낮 4시 반 비행기를 탔는데, 일요일 아침 10시 반에 밴쿠버 도착, 일요일 밤 12시에 위니펙에 도착하는 미친 시간차를 경험했다.

 

사실 두달 전에 진작 캐나다에 가 있어야 하는거였는데 망할 팬데믹 땜시....

 

여튼!!! 한국에서의 마지막날이 도래했다.

 

 

짐의 무게는 욕심의 무게라고 했던가.... 

그래. 이번에는 욕심이 좀 많다. 왜냐면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짐을 다 싸들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 평상시만 같았어도 짐 옮길 걱정 1도 안한다. 노트북가방, 백팩, 15kg짜리 캐리어. 이렇게가 세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23kg짜리 캐리어둘에 꽉찬 노트북가방, 그리고 백팩이다. 백팩에 저기 안보여서 그렇지 반대쪽에 헤드폰 매달려있다. 이것들 옮기느라 힘들어 디지는 줄 알았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짜장면으로 하고 싶었다.

근데, 12시에는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주변 중국집이 11시 반부터 문을 연다.

.... 제길. 지금생각해보면 공항도 한산하고 체크인도 빨라서 좀 늦게 출발해도 됐었다.

하지만, 그 때는 뭐 정확히 알았나;;;; 디폴트는 출발 3~4시간전 공항도착이니 평상시대로 그렇게 했지...

 

결국 도가니탕을 먹었다.

맛있었고, 주인아줌마가 고기도 많이 줬다.

근데 정치이야기와 종교이야기를 하셨다.

여기 좀 좋아하던 설렁탕집이었는데, 불편하게 잘 먹고 다시는 안와야지 싶었다.

 

 

이 뷰는 공항철도로 인청공항 T1에 진입할 시 보이는 아주 익숙한 뷰이다.

...... 사람이 이렇게 적었나?

 

 

항공사가 망해가고 있다는 것은 터미널 내부로 들어와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인천공항에 인간들 이렇게까지 없는거 처음봤다.

 

 

아직 오후 2시쯤이었는데도 수두룩 빽빽이 들어차있어야 할 항공 노선들이 싹 다 사라지고 저렇게만 남아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1등으로 체크인 줄 서본다.

사람이 너무너무 없어서 가능했던 일이고, 다른 사람들도 어짜피 한가한거 굳이 서두르는 내색이 없었다.

 

나의 목적지는 캐나다.

수화물 체크인 할 때 직원이 비자에 대해 물어본다.

난 처음에 어리버리하다가, 비자승인서와 입학허가서를 보여줬다.

근데, 4월에 이미 강의가 시작됐다고 하니, 이야기가 빨라지더라. 이 얘기를 먼저 했으면 어리버리 안탔지.

 

아, 그리고 고급정보를 하나 적자면,

인화성 물질이라도 도료나 물감이면 캐리온으로 비행기에 가지고 올라탈 수 있댄다.

당연히 다른 인화성물질은 안되고 오직 도료여야지 가능하다고 한다.

잘됐다.

프라모델에 쓰던 에나멜 도료를 아직 버리진 않았는데, 다음번에 캐나다에 돌아올 때 전부 들고 올 수 있겠다.

사실 내 짐의 욕심은 반 이상이 건담 프라모델이다... 그리고 여행때 들고 온 기념품들....

 

 

터미널 진입도 빨랐다.

짐검사도 빨랐고, 출국수속이야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한국인으로서 엄청 빨랐다.

 

비행기에서는 내 옆으로 두 좌석이 모두 비어있었다.

누워 자면서 갔다.

그래. 요즘 비행기값이 무지 올랐던데 이런 혜택은 있어야겠지.

 

어쨌든 편하게 9시간 남짓을 날아갔다.

 

 

그리고 기내식인 부실했다.

...망할.

기내식이 아무리 맛없더라도 그나마 비행기속의 낭만과 재미였는데 그것은 사라지고 차디 찬 빵 따위만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저 박스에서 11시방향 랩구겨진건 원래 빵이 있던 자리다.

 

그리고 기내에서 음료수나 술 먹는 재미도 누릴 수 없었다.

팬데믹 상황인지라 서비스 자체가 많이 제한됐다.

 

위의 저 음... 불만가득한 식사는 총 3끼가 나오는데, 마지막 끼니는 그나마 크와상이 나와서 맛있게..... 그래. 맛있게 먹은 것 같다.

 

 

인천에서 날아오를 때의 하늘은 흐리멍텅 별로였는데, 조금 가다보니 위아래로 구름이 있는 멋진 풍경이 나온다.

날개에 비치는 구름의 잔상도 멋있었다.

음...

근데 왜이리 기쁘지가 않지.

정말 이상하리만치 그간의 워킹홀리데이와 비교하여 기쁘지 않은 이동이었다.

계획대로 안돼서 그런가???

혹은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닌 공부하러 가서 그런거일 수도 있겠다.

 

 

 

비행기에서 내려 조금 전진하다보면 '자가격리 폼'을 적는 공간이 나온다.

공항 시큐리티 직원들이 사람들은 이 테이블 저 테이블로 뿌리뿌리 흩어놓고 문서를 작성하게 한다.

내 인적사항과 항공편, 자가격리 장소 등을 적는다.

자가격리 장소는 우편번호도 적어야하는데, 공항 와이파이가 이용가능하므로 별 걱정은 하지 말자.

생각보다 빡세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저 장승 두개 ㅋㅋㅋㅋㅋ

10년전 내 삶 처음으로 외국땅을 밟았을 때도 저거 있었던 것 같은데 여전하네.

 

저 너머에서 입국수속을 밟고, 더 나아가 비자발급을 받는다.

 

딱히 어렵거나 그러진 않았고, 오히려 나에게 주어지는 질문과 제한이 적어서 깜짝 놀랐다.

그저 어디가냐고 물었고, 위니펙행 비행기 시간도 묻지 않더라.

그저 공항에만 머무르라는 말과 함께 그 어떤 신변구속이나 관리감독없이 밴쿠버 공항으로 빠져나왔다.

.....

생각보다 허술해서 김빠지네.

 

 

밴쿠버 공항에 생각보다 인간들이 엄청 많았다.

....에어차이나 이용객들이었구나.

....... 방진복 야무지게 입었네....

 

 

요기가 에어캐나다 수화물 체크인하는 장소다.

여기 사람들 무지 친절했다. 아주 인상적으로 친절했다.

출항까지는 아직 7시간? 그정도 남아있었는데, 체크인이 가능했다.

자국 항공사라 그런건가? 보통은 출항 3시간전에 체크인 가능할텐데...

 

 

주위에 110볼트짜리 콘센트를 보니까 내가 캐나다에 온 실감이 들었다.

 

 

에어캐나다~

아 지금 생각해보니 마일리지 적립 안했네. 이거 언제 하냐...... 적립이 가능은 하려나. 티켓 다 버렸는데....

 

 

한국에서 밴쿠버에 올 때도 그랬지만, 좌석마다 USB포트가 있어서 충전이 가능하다.

다만, 엄청나게 저속으로 충전된다.

 

 

10년 전에 밴쿠버-위니펙 노선으로 에어캐나다를 이용했던 적이 있었다.

다만... 그 때에는 비행기 아래로 펼쳐진 로키산맥의 웅장한 자태에 넋이 나갔었는데..

이번엔 노선이 다른건지 구름때문인건지 그 장관을 볼 수 없었다.

 

 

그래 ㅋㅋㅋ 애시당초 이륙하기 전부터 서비스가 없다는 기내방송이 나오기는 했었다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물만 주다니 이게 뭐냐 ㅋㅋㅋㅋㅋ 주전부리라도 하나씩 던져주지 ㅋㅋㅋㅋㅋㅋㅋ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바깥으로 나오니 밤 12시 반이었다.

다행히 약하기는 했지만, 위니펙 공항에서도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사전에 알아둔 자가격리 장소에서 나를 픽업하기 위해 나왔고, 늦은 시간, 덕분에 편안히 숙소까지 갈 수 있었다.

 

 

10년전. 처음으로 캔모어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도 숙소에 도착했을 때 한밤중이었지.

생각보다 괜찮고 넓은 숙소에 당황한 것도 마찬가지.

이곳에서 나는 14일간의 격리 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바깥의 밝은 전망을 보고 설렜던 것까지 캔모어와 비슷하다.

다만, 그 때는 로키산맥의 장엄한 뷰에 설렜다면, 이번에는 이 단정한 동네에서의 유학생활이 설렜던 것 같다.

이곳은 그동안 내가 있었던 캐나다라기보다는 오히려 아일랜드 골웨이의 낙나카라가 생각나는 동네였다.

완벽한 거주구역.

아직은 나갈 수 없지만 그래도 뭐 괜찮다. 한국에서도 바깥에 잘 안나갔으니까.

 

ㅇㅋ 좋았어.

드디어 본격적인 캐나다 생활이 시작되었다.

제발.... 내년 2월 내로 팬데믹이 종료되거나 백신이 개발됐으면 좋겠다.

제발 내 앞날에 발목잡힐 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