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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꿈꾸며/캐나다 이민 프로젝트

[캐나다유학 준비단계8] 넋두리.

요 근래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캐나다에 들어가서 애증의 밴쿠버 여행을 끝내고 위니펙에 있었어야 할 시기이다.

4월 중순에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sin카드도 만들고 수업에 임하고 있어야 할 이 때에 나는 지금 한국에 있다.

 

4월 8일. 원래는 캐나다로 출국하는 날이었다.

아주 신기하게도 4월 8일 오후에 출발하는데, 4월 8일 오전에 도착하는 마법~을 부리는 날이었다.

밴쿠버에서 약 5일간의 짧은 추억밟기를 하고 웨스트젯을 타고 11일이던가 12일에 위니펙으로 이동해야 했다. 

지금쯤이면 소금과 후추, 식용유 등 생필품을 사야 하고, 볕이 잘 들지만 밤에는 추운 캐나다의 주택에서, 그 쉐어하우스에 있는 5평 남짓의 조그마한 나만의 방에서 노트북을 열고 블로그를 포스팅하고 있어야 했다.

 

비행기가 캔슬되었을 즈음에는, 그리고 캐나다가 입국금지를 걸고 캐나다 내의 코로나가 심각하리만치 확산됐을 때에는 '그래.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일지도 몰라. 돈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도록 한국에서 일을 하며 온라인강의를 들으라는 하늘의 뜻'. 이라며 정신승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거 다 필요없다.

캐나다 가서 수업받고 싶다.

 

사실, 지금 근무하는 것도 그리 탐탁치는 못하다.

사람이 적게 와서 널널한 분위기의 근무환경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여기서도 한달에 20일가량을 쉬게 되었다.

한달 중 무급휴가가 12일정도. 나머지 18일의 달력에서 근무일과 휴일로 나뉘어 근무를 하고, 그에 따라 조촐해진 급여를 기대해야 한다.

물론 지금 캐나다에 입성하면 백퍼센트 몇달간 구직을 못할거다.

난 호텔업을 노리고 있고, 코로나가 창궐하는 캐나다의 대도시에서 구직을 한다는건 시대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일 테니까. 그래도 가고 싶다.

 

최근에 학교측에서 메일이 왔다.

5월 4일에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니 다음 이메일을 기다리라며, 그리고 전공책을 사놓으라는 메일이 날아왔다.

와아.. 무슨 전공책이 권당 5~8만원정도 하고, 그걸 8권정도 사야 한다. 총 50만원이 넘는 금액이 나오더라.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책을 주문하면 육상배송은 무료로 해준다고 한다. 근데 내가 있는 곳은? 바다 건너 한국이다. 운송료와 배송시간을 가늠하자니 머리가 어질했다.

결론적으로 전공책을 구입하진 않았다.

깻잎까페에 들어가서 넋두리 글을 썼더니, 그리 교과서를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더라.

그래서 현재의 내 생각으로는, 일단 교과서를 사고 있지 않다가, 빠른 시일 내로 캐나다에 가서 전공책을 사는게 좋을 것 같다.

하아... 느닷없이 이런 걱정거리가 생기다니.. 곤란한 일이다.

 

캐나다로 가는 직항루트는 대부분이 막혔다.

국내항공사는 모르겠고, 에어캐나다에서는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가 6월 중순까지,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가 이번달까지 운항하지 않는다.

이 말은...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는 다음달에 운항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5월.... 가고싶다. 웬만하면 코로나로 전쟁을 겪고 있을 캐나다에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

 

마음이 너무 산만해서 유학원에 입학을 미룰 수 있는지도 물어봤다.

유학원에서 현지학교에 문의한 결과 이미 늦어서 그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하아... 그래. 내가 지금 나이도 있고 하니, 더 이상 이민을 미루는 것은 나에게도 좋지 않겠지.

무조건 이번학기에 들어가야하는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답답해서 키보드를 두드려봤다.

워킹홀리데이를 한창 하고 있을 때에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불만을 해소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내가 노력한다고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나고 있다.